비엔나, 빈.
어찌되었건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했다. 간만에 탔더니 너무 피곤하다. 도착시간은 6시 정도. 기차안에서 못 씻고 빈 역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깨끗하다. 샤워실만 있으면 완벽... ;;; 다른 배낭여행족도 씻고 있다. 여기 무슨 세수하기 좋은 곳으로 론리 플래닛에 나왔나요? -_-;;
이때 야간기차 탔던 때가 생각이 안 났는데, 여행일기 보다가 기억이 다시 났다. 아 맞다, 그때 그랬었지.
어제 밤에 하이디라는 이름의 오스트리아 여자아이와 함께 야간기차를 탔다. 사실은 하이디와 있던 지미라는 한국말 못하는 재미교포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가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 옆에 있던 여자아이였다. 우리가 예매해 둔 표는 컴파트먼트가 아니라 그냥 좌석칸이었다. 하이디가 예약안 되어 있는 컴파트먼트 칸이 있다고 그리로 가자고 했다. OK. 마주보고 있는 의자를 잡아 끌어서 침대로 만들었더니 훌륭한 침대가 되었다.
지금까지 기차에서 잔 것 중 가장 편하게 잤던 것 같다. 주섬주섬 다시 담요를 챙기는데 터프한 차장 아저씨가 드르륵 문을 열어 빈에 거의 다 왔다고 알려주었다. 도착시간은 6시 30분. 아직 아침의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은 칼플라쯔(Karlplatz)에 있었다. 이미 인포 앞에는 커플로 보이는 중국인 마님과 머슴(^.^)이 있었고 우루과이에서 온 남자가 있었다. 우리는 이것도 인연인데, 하면서 함께 유스호스텔로 가기로 했다. 적극적인 중국인 마님이 인포에서 가르쳐준 호스텔 리스트에 하나씩 전화를 해서 5명이 묵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가장 마지막 호스텔이 가능했다. 우리 5명은 U-bahn을 타고, 걷고, 트램을 타고, 또 걸어서 예약해 놓은 호스텔로 갔다. 기본적으로 그 호스텔은 남녀혼숙방이었는데, 베를린의 혼숙방에 살짝 적응이 되었는지 동행자는 나와 떨어진 방을 배정받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동행자는 MT를 갈때도 항상 여자방, 남자방 따로 잡았다고 했다. 나의 경우에는 한 방을 잡아 놓고 술 먹다가 뻗으면 옆으로 치우는 그런 MT였는데.
100실링짜리 자전거를 빌렸다. 안장 조절을 했는데도 나에게는 자전거가 너무 컸다. 어쨌든 겨우겨우 쇤부른 궁으로 갔다. Grand Tour와 Mase까지 130실링이었다. 한시대를 지배했던 합스부르크가의 궁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게 아담하고 간소했다. 마리 앙트와네트가 프랑스로 가서 왜 헷까닥했는지 이해가 갔다. 당시 왕녀라면 다른 나라로 시집가는 것이 기본이었겠지만, 마리 앙투와네트는 여기 오스트리아에서 조용히 살았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쇤부른 궁의 정원은 너무 예쁘게 나무를 깎아놔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자전거를 다시 갖다 주고 비엔나 서역으로 갔다. 나와 동행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로젠 카발리에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죠셉과 레인보우 코트를 볼까 망설이다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선택했다. 물론 입석으로 볼 예정이었다. 빈 대학의 멘자는 시간이 안 맞아서 저녁은 못 먹고 근처의 셀프 서비스 식당에 갔지만 별로 맛은 없는데다 비싸기만 해서 실망했다.
죠셉과 레인보우 코트를 하는 레이문트 극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입석을 끊었지만 2층 자리가 많이 비어 있어서 중간부터는 앉아서 보았다. 정식 뮤지컬은 처음 보았는데, 감동할 만큼 재미있고 훌륭해서 한국에 가면 뮤지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뮤지컬 만큼 재미있던 작품은 없었다. 웨버의 대표작인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대작은 아니었지만, 마치 영화를 보듯 위트있고 알찬 연출력과 음악이 이것이 뮤지컬이구나, 하게끔 느끼게 해 주었다. 배우들의 가창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국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와서 공연한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포스가 대단했다.
우리 맞은편 입석의 10대들은 이 공연을 자기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인지 함께 춤추고 노래부르고 난리도 아니다. 너희는 매일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에 있구나! 게다가 우리 나라 돈으로 따지면 4000원도 안 되는 입석으로 말이지.
돌아가면서 동행자와 나는 비엔나의 밤거리를 즐기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Any dream will do~~"
그래, 어떤 꿈이든지 그렇게 될거야.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가고 싶었던 유럽, 나는 여기를 걷고 있다. 6개월간 돈 모으고, 나머지는 빌려서 왔지만, 나중에 한국가서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갚아야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
그 당시 나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밤에 돌아오니 동행자 방의 아이들이 내 방의 아이들과 단합해서 뭔가 시끄럽게 놀 모양이었다. 자메이카 근처 어떤 섬에서 왔다는 한 잘생긴 아이가 오라고 했지만, 피곤해서 가지 않았다. 조금 후회는 되었지만, 갔어도 분명 후회했을 것이다. 다음날은 잘츠부르크에 갈 예정이다. 빈을 느끼기에 하루는 너무 짧지만, 잘츠부르크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하고 싶어서 얼른 가고 싶었다.
오전에는 벨베데레궁으로 갔다. 클림트의 전시회가 열렸다. 나도 동행자도 클림트에게 흠뻑 반해버렸다. 어느 가이드북에서 오랑제리에 에쎄 호모가 있다고 읽은 것 같은데, 없었다. 직원 아저씨도 모른다고 한다. 아마도 그 책이 틀렸거나 내가 잘못 기억한 것 같다.
어제 자전거의 후유증인지 온 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다. 비엔나 커피는 사실 빈에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비엔나에서 마시는 커피가 비엔나 커피지 뭐, 하는 생각에 오페라 하우스 근처 커피숍에서 멜랑게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비싼만큼 맛있었다. 호스텔 근처의 식당에서 주문한 치킨 슈니첼과 치킨수프도 역시 비싼값을 했다.
비싼건 맛있구나.
자, 이제 잘츠부르크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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